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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예능

(영화 리뷰) Little forest 리틀포레스트 원작 여름과 가을, 겨울과 봄 (feat. 크리스마스케이크)

by 초록베리 2021.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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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일본 영화 중 하나.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겨울이 먼저 나왔었다. 한국에서 개봉할 시기에 예고편을 보자마자 아 꼭 봐야겠다 하고 동생이랑 같이 영화관 가서 봤던 기억이. 잔잔하니 영상미도 좋아 보고 나서 기분 좋은 영화였다. ost도 적절하고 참 푸릇푸릇하다.

특별히 일본 영화 특유의 오글거림과 만화 체류의 대사도 없어 보기가 정말 편했다. 그냥 한 소녀가 엄마가 사라진 옛 시골집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복잡하고 정신없는 서울을 오다닐 때는 한편으로 시골의 삶을 동경했었다. 특히나 이런 영화를 보고는 더더욱.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 지금 내가 독일에서 자취하면서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는 처지만 보더라도, 시골에서 자급자족..? 지금의 나보다는 훨씬 부지런해야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치코는 서울에서 마트 직원으로 일하다 어렸을 때 엄마와 살던 시골집 코모리로 돌아온다.

한때는 도시의 삶을 동경했던, 그러나 인간미 없는 도시인들과 그곳의 치열한 경쟁에 지친 이치코는 시골 코모리의 삶을 시작한다. 벼도 심고 작물들도 수확한다. 나물을 캐며 직접 키운 작물들로 요리를 하는 등 능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치코. 근데 진짜 시골에서 자급자족의 삶을 살게 되면 굶어 죽지 않고 싶어서라도 저리 열심히 살게 될 듯하다. 영화를 보면 쉴 틈 없이 일해야 살아갈 수 있는 시골의 삶... 

(지금 생각해보니 어찌 보면 나도 이치코랑 비슷한 결단을 내리고 독일로 온 듯하다. 서울은 사람이 너무 많고 거기에 치인 경쟁이 숨 가쁘다. 나는 사람에 치이는 삶이 너무 피곤했다.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는. 뭔가 좀 숨을 돌릴 수 있는 다른 세계가 필요했나 보다. 그곳을 떠나 낯선 곳에서 혼자 살려니 또 이건 이대로 할 일이 정말 정말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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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이치코가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주던 엄마를 회상하는 씬이 자주 나오는데, 이치코의 엄마는 속을 알 수 없는 자유로운 영혼처럼 나온다. 자기의 일은 스스로 찾으라던 이치코의 엄마. (요리법을 물어봐도 정확히 잘 안 가르쳐주고.) 실패를 하기도 하지만 이치코는 엄마가 해주던 맛을 기억하며 자발적으로 요리법을 터득 해나가게 된다. 요리하는 영상이며 이치코가 한입씩 베어 무는 장면을 볼 때마다 군침이 돈다. 

기억에 남는 요리들 중 

 

1. 토마토

토마토의 빨간빛은 보기만 해도 싱싱하지 않은가.

완숙된 토마토 껍질을 벗겨 푹 삶아 깨끗이 소독된 유리병에 보관하는 홀 토마토! 여러 요리에 곁들여 먹기 좋다. 영화에서는 토마토 파스타를 해 먹는다. 나는 토마토 마리네이드를 생각했다. 저렇게 해두고 마리네이드 해서 여름에 시원하게 먹어도 진짜 맛있겠다 싶었는데. 해봐야지 해봐야지 하고 올여름에 안 해봤네. 방법도 간단하니 꼭 해봐야지 

 

 

 

2. 빵

빵순이인 내 눈에 그냥 지나쳐지지 않는 빵 굽는 장면. 그냥 단순히 반죽을 해서 빵을 구워냈을 뿐인데 영화 속 빵은 왜 이리 맛있어 보인담? 이치코는 빵 말고도 산에서 산수유를 따다 직접 산수유 잼도 만든다. 떫지 않게 만들려고 고군분투. 졸기 전에 설탕을 더 넣을까 말까 하며 고민하다 다 졸아버린 상황이 이치코의 마음을 대변한다. 내 마음도 대변. 우리는 늘 고민하다 시간을 다 흘려보내지만 이 또한 자연스러운 일.

아무 결정도 못 내렸는데 다 졸아버렸다.
쓰-빠!

 

3. 크리스마스 케이크

이 베이킹은 겨울과 봄 편에서 나오는데, 처음 보자마자 헉했다. 비주얼이 너무 내 스타일. 하 진짜 일본인들 센스 하난 기가 막히는구나. 단순한 장식인데 눈이 쌓인 겨울과 어울리는 깔끔한 디저트. 칼로 반을 가르면 초록색과 붉은색의 빵의 모습이 드러난다. 크리스마스다. 이건 크리스마스야! 어디서 이런 아이디어를 냈을까? 너무너무 따라 해보고 싶은 케이크였다.

영화 이후로 서울 곳곳 꽤 감성 중심의 케이크 파는 가게에서 파운드케이크에 흰 생크림으로 덮은 모습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었지. 발견할 때마다 나는 소리를 질렀었지만.

 

 

 

작년 겨울 친구의 생일을 위한 케이크로 이 비주얼을 갖다 붙여봤었다. 친구를 위한 것도 있었지만 은근 내 만족도 있었지. 파운드 안쪽 색깔은 색을 구하기 쉽지 않아 색을 내진 못했지만 그런대로 겉모습에 생크림을 투덕투덕 올린 느낌은 영화 속 케이크랑 크게 다르지 않아 만족했었다. 

나름 모양 나온 내 케이크

영화 리틀 포레스트 겨울과 봄에서 이치코는 내적으로도 성장했지만 여전히 나는 지금 어디 있나? 왜 코모리로 돌아왔을까? 도시의 삶이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그 경쟁이 무서워 도망친 건가? 하는 등의 내면의 목소리들을 낸다. 친구가 꽤 비수가 될만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기도 하고. 이치코의 답답함이 느껴지는 독백들이 이어진다. 

그러다 엄마한테 온 편지 한 통

 

뭔가에 실패한 후 지금까지의 나를 돌아볼 때마다 난 항상 같은 걸로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같은 장소에서 '원'을 그리며 돌아온 것 같아서 좌절했었지. 하지만 경험을 쌓았으니 실패를 했든, 성공을 했든 같은 장소를 헤맨 건 아닐 거야.

'원'이 아니라 '나선'을 그렸다고 생각하자. 맞은편에서 보면 같은 곳을 도는 듯 보였겠지만 조금씩은 올라갔거나 내려갔을 거야. 그런 거면 조금 낫겠지. 아니, 그것보다도 인간은 '나선' 그 자체일지도 몰라. 같은 장소를 빙글빙글 돌면서 그래도 뭔가 있을 때마다 위로도 아래로도 자랄 수 있고, 옆으로도 내가 그리는 '원'도 점차 크게 부풀어 조금씩 '나선'은 커지게 될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힘이 나더구나. 조금 돌아가도 괜찮아.

 

후 나한테 해주는 말 같아.. 다시 보니 위로가 되네. 

 

사실 리틀 포레스트는 만화책이 원작이다. 총 2권이 완결.

리틀포레스트 봄 여름 가을 겨울 두 편 모두 다 보자마자 만화책까지 구매했었는데. 한국 집에 아직 있는지 모르겠다.

영화가 만화책을 똑같이 재현했다고 할 정도로 만화책 내용이 영화랑 똑같다. 딱히 각색한 부분도 없다. 

만화책은 만화책 나름대로의 맛이 있다. 작가의 거친 펜선은 기교가 들어가지 않은 날것의 느낌을 준다.  '허니와 클로버' 작가인 우미노 치카가 떠오르기도 하고. 하지만 연출이며 대사들은 참 탄탄. 

www.youtube.com/watch?v=AOVOo0tofHQ

내가 좋아하는 리틀 포레스트 겨울과 봄의 엔딩 ost (Flower Flower)

영상과 노래가 참 가슴 설레게 만든다.

눈발이 휘날리는 장면을 되감기 해 하늘로 다시 올라가는 듯한 연출이 훨씬 서정적이다. 일본스러운 감성이라고 해야하나.

저렇게 눈이 잔뜩 쌓인 모습을 본 게 얼마나 됐는지. 올해 한국은 눈이 저 정도로 많이 왔던데. 

 

후에 한국판 리틀포레스트도 나와서 봤는데, 내가 김태리 배우를 좋아하기도 했고 한국식으로 담백하이 잘 만들었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원작을 먼저 본 나로서는 원작의 첫 그 느낌을 잊을 수 없다. 한국판이 별로라기보다는 원작의 힘이 나에게 임팩트가 훨씬 세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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