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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예능

(영화리뷰) 헤어질 결심 리뷰/독일에서는 안개속의 여자/당신의 사랑이 끝났을 때 나의 사랑이 시작 되었습니다.

by 초록베리 2023.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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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어제목으로는 Desicion to Leave 라고 헤어질 결심이 직역되었지만, 독일에서는 Die Frau im Nebel(안개속의 여자) 라고 번역되었다. 아무래도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ost 안개라는 노래도 있고 영화 속 서래(탕웨이)가 가지는 역할과 의미에 초점을 둔 제목인 것 같다.

헤어질 결심 줄거리

 

기도수라는 남자가 절벽에서 추락해서 사망했다. 형사인 해준(박해일)은 타살이라 생각하고, 그의 아내를 용의자로 의심한다. 하지만 기도수의 아내였던 서래(탕웨이)를 만나자, 남편이 죽었는데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서래에게 의심과 동시에 묘한 호기심이 생긴다. 그리고 용의선상에 있는 그녀를 수사라는 명목하에 그녀를 따라다니기 시작한다. 이내 해준의 감정은 잠복수사를 하며 서래에 대한 호기심과 의심에서 점차 관심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자신을 따라다니는 해준을 느끼고 있던 서래도 그것이 마냥 싫지는 않다. 그러면서 점점 둘은 용의자와 형사 사이에서만 성립될 수 있는 수사를 위해 만나서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하고 무럭무럭 사랑을 키워나간다. 곧 그녀를 감쌌던 의심은 사라진다. 서래는 결국 기도수를 죽인 범인이 아님이 입증되어 용의자 선상에서 풀려나고 이사건은 종결되었다.

하지만 우연히 해준은 그녀가 범인이었다는 증거들을 발견하게 되고, 그녀가 기도수를 죽인 범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 큰 절망감에 빠진다. 수사관의 사명을 잃고 잘못된 수사를 했다는 생각에 이별을 고한다. 해준이 이별을 고하던 날, 서래는 해준의 말을 녹음하고 있었다. 서래에게는 그가 했던 이별의 말이 내가 그동안 당신을 이렇게 사랑했어요. 라는 사랑고백으로 들렸던 걸까. 서래는 그의 목소리가 담긴 이별녹취록을 매일매일 들으며 그리워한다. 

이미 결혼한 상태였던 해준은 다시 아내 정안이 있는 이포로 이사를 간다.
하지만 그곳에서 새로운 남자를 만나 결혼 한 서래를 우연하게 마주친다. 서래의 두번째 남편은 임호신, 자칭 주식 애널리스트라 하지만 실제론 금융 사기범이자 양아치이다. 그리고 또다시 서래의 새남편인 임호신이 자택에서 죽은 채 발견되고 그 사건을 수사하게 된 해준. 이 기이한 만남이 서래의 계획이라 생각했지만, 여전히 서래를 보면 참을 수 없는 끌림에 괴로워하던 해준은 소리친다. 내가그렇게 만만합니까? 서래는 반문한다. 내가..그렇게 나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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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임호신은 서래가 죽인것이 아니고 사철성이라는 인물에 의해서 살해당했다. 사철성은 임호신이 사기를 쳐 수십억을 잃어 몸져 눕게 된 여성의 아들로, 서래에게 자신의 어머니가 돌아가게 되면 임호신을 살해할거라고 경고를 했었다. 그러던 중 임호신이 서래의 핸드폰에서 해준의 녹음파일을 듣게 되고 둘의 관계를 알아채 해준을 파괴하려한다. 서래는 이를 눈치채고, 사철성과 임호신의 관계를 이용해 사철성의 어머니를 죽인다. 그래서 사철성이 임호신을 죽이게 된것이다.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해준은 서래를 다급하게 찾고 통화를 하게 되지만 이미 서래는 어느 바닷가에서 삽질 중. 그녀는 자신을 영영 찾지 못해, 형사인 해준에게 영원히 풀 수 없는 미결 사건으로 남겨지도록 바닷속으로 사라진다. GPS추적으로 그녀가 있던 바닷가 근처까지 왔지만 이미 썰물로 모래사장이 바닷물로 채워져 가는 동안 해준은 서래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 속 포인트

1. 각자의 배우자에 대한 불만족, 권태로움
서래는 늘 이상한 남자하고만 결혼했다. 전남편은 가정폭력을 일삼던 사람이었고, 두번째 남편은 허영심이 그득하고 사기행각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남자였다. 한국으로 넘어와 질나쁜 남자들에게 늘 하대만 당하던 서래에게 해준은 고급 초밥을 시켜주고, 포장 된 새 칫솔을 건네주며, 끼니를 잘 때우지 않는 서래를 위해 중국요리를 찾아 손수 식사를 차려준다거나 하는 작은 배려들에 분명 따뜻함을 느꼈을 것이다. 


"난 왜 그런 남자들하고만 결혼 할까요? 당신같이 바람직한 남자는 나랑 결혼해 주지 않으니까. 얼굴 보고 말이라도 하려면 살인사건 정도는 일어나줘야 하죠."


해준은 깔끔하고 안정적인 삶을 원하며 또 지키고 싶어하지만 그의 내면 속은 꽤나 자신이 폭력적이며 살인사건과 같은 자극적인 일을 맡았을 때 행복을 느낀다.  경제적으로도 부족함이 없고 안정적인 결혼 생활이지만, 아내와의 관계는 이미 소통과 교감이 거의 없는 권태로운 단계이다. 일주일에 한번은 싫던 좋던 몸을 섞는 것이 부부 사이 개선에 좋다고 해서 의무감처럼 해야만 하는 관계였기 때문이다. 

2. 형사와 피의자 관계
둘은 살인사건으로 처음 만났다. 즉 용의자와 형사의 관계. 형사로서 직업의식과 소명이 중요했던 해준은 서래가 기도수 사건의 범인이라는 결정적 증거인 핸드폰을 건네주며 바다 깊숙히 던져버리라는 말로 자신의 자존심을 붕괴시킨 여자를 마지막까지 배려하며 종결 짓는다. 하지만 서래는 그를 만나기 위해서 이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고 새로운 사건을 불러온다. 그래야 다시 형사와 피의자로 만나 다시금 그리웠던 얼굴을 볼수 있기 때문이다.

감상평

독일에서 영화보기란 쉽지않다. 외국어로 자막없이 영화를 본다는것이 이제 해외에 산지 꽤 연차가 쌓인 내게도 아직은 조금 버겁다. 대략은 알아듣겠지만 뭔가 영화가 끝날때까지 답답함이 가시질 않는다. 내가 이해한것이 맞는가 하는 아리까리한 장면들이 늘 있기 때문. 그래서 한국영화가 유럽 영화제에서 노미네이트 되어질 때는 엄청나게 반갑다. 왜냐면 상영해주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자막도 필요 없기 때문이지.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어서 개봉 했을 때부터 보고 싶었지만, 삶이 바빠 적극적으로 예매를 하지 않고 있었더랬다. 우연히 친구와 말이 나와 바로 그자리에서 티켓 구매. 실은 베를린 주변에 상당히 힙하고 레트로한 영화관을 발견해서 그 영화관을 가보고싶었던 이유가 제일 큰 1순위라고 해야할까. 어쨋든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관에 입장하였다.


사실 헤어질 결심은 그 전에 예고편도 제대로 보지도 않았고, 전혀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보게 된 영화였다. 그간 나는 넷플릭스의 영화나 시리즈들을 주로 보면서 상업영화의 뻔한 촬영 기법들에 살짝 권태를 느꼈는데,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 특유의 카메라 구도나 앵글 때문에 영화가 전체적으로 더 신선하게 느껴졌다.


각자 배우자가 있는 두명의 남녀가 만나 사랑을 느끼는 과정을 꽤나 극단적인 설정을 넣어 어떻게 보면 판타지처럼 느껴지도 하는 영화였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을 죽이는것도 마다 하지 않는 서래, 자신의 목숨만큼 중요한 직업 프라이드가 붕괴에도 불구하고 서래를 사랑을 했던 해준. 마지막 서래가 내가 사라진 것을 미결사건으로 두고 벽에 걸어두어 자신을 영원히 잊지말라고 암시하는 말은 참 극단적이고 이기적으로 들렸다. 그치만 누구든지 한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너무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오래도록 기억하게끔 만들고 싶어하는 욕심 말이다. 
재밌던 설정은 서래의 서툰 한국어였다. 그 덕에 한국어가 참 낯설지만 신선한 표현으로 들린다.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봐
한국에서는 좋아하는 사람이 결혼했다고 좋아하기를 중단합니까?


해준이 보자마자 거의 반하는 수준으로 나오는 서래역의 탕웨이는 정말 예뻤다. 탕웨이 특유의 그윽한 눈매가 섬세한 감정표현을 가능하게 하는것같았다. 해준역의 박해일은 워낙에 나도 좋아하는 배우. 박찬욱 감독이 깔끔한 형사 역할인 배우가 필요했는데 그 사람이 박해일의 이미지에 너무 딱이여서, 거의 박해일을 생각하며 맞춤으로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한다.
까메오로 출연했던 박정민과 유태오의 등장은 내 눈을 반짝이게 만들었다. 좋아하는 배우가 까메오로 나오다니!! 정안이 그토록 이야기하던 이주임이 남자였다는 사실 또한 정말 반전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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